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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논문,건강

한약 먹으면 정말 간독성 있나?

안녕하세요? 한약과 중금속에 관한 지난 게시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흔히 한약에 대해 궁금해 할 "한약의 간독성"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그 전에 앞서 <준비운동>을 통해 용어를 구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식품용 한약재"와 "의료용 한약재"입니다.


한약의 간독성?

<준비운동: 식품용 한약재의료용 한약재>

사실 이 내용은 이전글인 <한약에 중금속? (식약처 hGMP와 안전성에 대해)>에서 다뤘던 내용이지만, 한약의 간독성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서 이 개념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식품용 한약재, 의료용 한약재

식품용 한약재: 식품용 한약재=food. 식품이기 때문에 시장,마트,쿠팡,네이버 쇼핑 등을 통해 아무런 제재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식품용 한약재는 식약처의 검사를 받지 않고 유통되며 중금속, 잔려 농약이 있을 수 있으니 복용시 주의하셔야 하고 치료효과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의료용 한약재: 의료용 한약재=medicine. 의료용 한약재는 식약처의 안전성,유효성,안정성 검사인 hGMP를 통과한 한약재만이 유통, 한의원에서 처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의 근본적인 차이를 언론이나 매체가 확실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반인도 "한약재는 시장에서 사서 한의원 처방과 똑같이 탕으로 끓이면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대한민국 일반 약의 약인성 간독성 비율은 56.1%, 한약의 약인성간독성 비율은 24.4%입니다. 그러나 이 비율도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한약의 간독성을 주장하는 논문 31개(총7511 case) 중 RUCAM(약인성 간손상 진단방법)을 통한 "probable"(그럴 법한)이상을 기준으로 한 논문은 4개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는 24.4%보다 훨씬 적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간 손상을 유발한 한약 중 한의사의 처방을 받은 한약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여기서 <준비운동>을 통해 언급했던 식품용 한약재와 의료용 한약재의 의미에 대한 오해를 엿볼 수 있습니다.

 

SCI급 저널에 등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간손상을 유발한 한약물 중에서 환자가 처방 없이 스스로 복용한 단일 한약재89.3%에 달합니다. 이는 간손상의 대부분이 한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 시장/마트/쿠팡/네이버쇼핑 등을 통해 집에서 달인 한약을 복용시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한의원에서는 단일 한약재를 처방하지 않고 여러 약재로 환자에게 맞춰서 복합 처방을 합니다. 따라서 "한약 먹고 간독성 유발했다."라는 말도 식품용 한약재의 단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인지 확실히 알아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래 논문은 서울아산병원에서 발표한 '급성 간부전을 일으킨 원인'에 대한 논문의 결과 그래프였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HBV: B형간염 바이러스>, <Herb:한약재>,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논문을 보면 급성 간부전의 원인이 19%가 한약재였는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역시 "식품용 한약재 vs 의료용 한약재"의 구분, "처방받지 않은 한약 vs 한의사의 처방을 받은 한약"에 대한 용어의 구분 없이 그냥 "한약"이라고 퉁쳐서 한약이 간독성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용어의 지식에 기반한 뉴스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이 논문의 결과 부분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처방받지 않은 복합 약초나 한약재를 섭취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검수를 거치지 않은 식품용 한약재를 집에서 그냥 먹으면 안되죠. 이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들을 퉁쳐서 "한약"이라고 하기 전에, 이들이 한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물인지 살살 뜯어봐야 합니다.

출처:Emergency adult-to-adult living-donor liver transplantation for acute liver failure in a hepatitis B virus endemic area

 

또한 한약이 간독성을 유발한다는 논문으로 많이 제시되고 있는 '2003년 식이유래 독성간염의 진단 및 보고체계 구축을 위한 다기관 예비연구'라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독성간염의 원인의 57.9%가 한약재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과연 그러할까요? 이 논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인성 간독성 진단방법은 RUCAM이 아닌, "수정된 RUCAM"입니다.

 

원래 RUCAM 직단척도는 어떤 약 A를 섭취한 후 15일 이후에 나타나는 간독성은 약A와 관련이 없다고 보고 연구조사에서 탈락을 시키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는 그 기간을 90일 이상이며 시험 종료일부터 간독성 증상이 나타날때까지 30일 이상이 걸린 경우에만 탈락을 시킵니다. 만약 환자가 한약을 먹고 간독성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시험이 종료되고 이후에 감기약, 항생제를 먹고 간독성이 생겨도, 한약을 원인으로 포함한다는 겁니다.

이 외에도 이 논문은 연구방법의 설계의 문제, 증례가 너무 적은 등 많은 부분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있으며 이후에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장인수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한 분석과 고찰논문을 통해 비판했습니다.

 


출처: 청년의사

한약을 먹고 환자가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해당 한약을 처방해 환자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한의사의 의료과실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의협 측에서도 이같은 사건에 해당 한의사에게 제제를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한의사의 의료과실이 전체 한의학, 한약의 안전성의 부정을 의미할 수는 없습니다. 한번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출처: 노컷뉴스

바로 2020년 8월 뉴스입니다. 한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를 받은 산모 배에서 15cm의 거즈가 발견되었습니다. 역시 해당 수술을 시행한 의사의 과실이 명확하고 이 또한 당연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체 산부인과 의학, 수술,의학의 안전성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죠. 이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한약의 간독성 문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의학에 대한 잘못된 오해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갈길이 남은 것 같습니다. 의학과 한의학 모두 ing중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데 있어서 의료인의 책임은 그 어느것보다도 중하기 때문에, 의사와 한의사 모두 혹여 생길 수 있는 의료사고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한의사와 의사 개개인 뿐 아니라 국가와 기관으로서의 감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발전하고 서로 견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