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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논문,건강

침은 효과가 있을까? 침은 안전할까? 기분이 좋아지는 혈자리

 지난 편에 이어서 이번엔 침은 효과가 있는지, 침은 안전한지, 그리고 기타 질문에 대해 답해보도록 하겠다.

1. 경혈은 존재할까? 경혈의 특성

2. 침은 효과가 있을까? 침은 안전할까? 기분이 좋아지는 혈자리☜


침은 효과가 있을까?

Q- 침을 놓으면 치료가 되나요? 왜 효과가 있나요?

침 치료의 질환 범위가 너무나 다양하고 침 치료가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논문은 매우 많다. fMRI로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샤먼 침보다 진짜 침이 정중신경 전도도를 변화시키고 일차 감각 영역의 변화를 가져오며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https://pubmed.ncbi.nlm.nih.gov/30521680/

 

국소적으론 혈류량 증가로 사이토카인에 의한 항염증반응이 유도되며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근육이 이완되며 통증 신호가 신경을 통해 전달되는게 억제된다.

분절적으로는 통증 부위에서 떨어져 있지만 신경으로 이어진 곳에 침 치료를 해도 통증을 억제할 수 있다.

전신적으로는 손과 발의 혈자리에 침을 놓으면 신호가 척수를 거쳐 뇌에 도달해 다양한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해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을 조절한다. 전신적인 통증 억제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경락경혈학의 標本根結 이론에서는 경맥이 일어나는 사지(本)가 경맥이 닿는 장부,내장..(標)에 영향을 미치고 치료에도 적용한다. 또한 근본, 시작을 가리키는 根, 귀결을 가리키는 結로써 임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사지말단의 정혈(根)에 자침해 두면이나 체간의 부위(結)를 치료한다.


Q- 침 치료가 안전한가요?

2001년 영국에서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3만1822건의 침 치료 케이스 중 2178건(6.84%)에서만 경미한 수준의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심각한 이상 반응은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 2009년 독일에서 22만92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약 2.2%의 환자에게서만 별도의 처치가 필요한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이마저도 이상 반응의 절반은 소량의 출혈에 불과했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107248

 

또한 침으로 인한 심각한 이상 반응은 0.024%으로 매우 드물며, 이상 증상의 대부분은 수준 이하의 시술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양방 치료나 치과 치료보다 훨씬 부작용이 적으며 의료소송의 빈도도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어떤 혈자리를 이용해야 할까.

경혈의 수는 300개를 넘을 정도로 매우 많다. 더구나 한 경락에도 10개 이상의 경혈이 존재한다. 혈자리는 매우 많지만, 실제 임상에서 쓰는 혈자리는 그보다도 적다. 같은 경락에 속해 있어도 특히 더 자주 쓰는 혈자리가 있다. 이는 경락이론이 다분히 수백 년의 임상경험에 기반한 이론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효과가 있어서 같은 경락으로 묶였으나, 그 안에서도 더 효과적인 경혈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경락마다 다르다. 다른 경락에 속하더라도 위치상으로, 경락의 표리경, 동류경, 장부상통관계, 자오유주, 같은 관,합,추에 속하는지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한 예로 缺盆은 족양명위경에 속하는 경혈이지만 위치상으로 폐경과 연관이 많다. 혹은 임상에서 아주 많이 쓰는 오수혈 또한 질환의 경중도에 따라 사용하는 혈자리가 다르다. 따라서 모든 치료가 그렇듯이 이 질환이면 이거를 꼭 써야한다! 라기보다는, 질환의 경중, 예후, 지인, 병인에 따라 혈자리의 선정은 달라지며 그 중에서도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는 혈자리를 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Q-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혈자리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질문이다. 침 치료가 경혈을 자극해 통증을 경감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라면 통증이 감소해 치료적 개선이 일어나므로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많은 최근 들어 조현병,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이슈가 커지고 있고 병인 중 하나인 精志傷 즉 감정의 억눌림, 개인의 욕심도 질병의 원인이 된다.

우리 몸의 어떤 스위치를 누르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마음이 편해진다거나 한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체는 그렇게 단순한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주로 뇌에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의 부족이 관여해서 생기는 우울증, 도파민의 과다로 생기는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에 경혈의 자극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실행한 연구에서, 갱년기 여성의 호르몬 감소로 인해 생기는 우울증을 쥐에 유발시켰고 삼음교혈에 자침했더니 우울증이 감소했으며 혈의 자극으로 인해 BDNF라는 물질이 분비되어 NPY(뇌에서 가장 많은 뉴로펩티드)를 유도해 우울증을 감소시켰다는 기전을 밝혀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8-23824-2

 

삼음교혈은 족태음비경에 속하는 경혈인데, 우울증 말고도 월경통, 타박상, 어혈, 불면증에도 사용한다고 한다.


경락이 신경의 유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관련 논문을 통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내 생각에 경락은 신경의 상위의 개념이다. 왜냐하면 신경을 통해서는 전기적 자극이 이동하지만, 경락을 통해서는 기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같은 질환도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고 치료방법도 다를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인 부분이지만,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서구적 교육방식을 받은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한가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던 게 아닐까 한다. 거울을 보면 빛의 20%는 반사된다고 한다. 거울을 봐도 실제로 보는 것은 내 모습의 80%뿐이라는 거다. 내 진짜 모습도 평생 볼 수 없는데 이 세계, 내 몸에 대해서는 얼마나 적게 보고 있는 걸까? 눈에 보이는게 다가 아님을 우리는 자주 망각하고 살며 내 주장과 내 시각이 옳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는 말과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氣, 인간의 과학으로 완전히 보이지 않는 經絡.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효과가 없는게 아니다. 한의학은 꽤 폐쇄적이고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학문이기에 잘 모르는 일반인의 상식에 당연히 이해가 안될 수 있다. 이를 “넌 왜 이걸 이해 못해!?” 하고 역으로 폄하하지 말고 현대의 근거중심의학과 전통적인 한의학을 잘 섞어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